제가 종종 신앙상담하며 성도님들을 만날 때마다, 다들 하나님을 아시는데 그 앎이 예배의 자리까지 가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. 그래서 저는 그저 말씀을 먹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,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고백했었습니다.
그런데 이번 주 신명기 30장을 묵상하다가, 저 스스로도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 있었습니다. 6절 말씀입니다. "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게 하사." 이 구절을 붙잡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. 주어가 "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라"가 아니라 "하나님이 너희 마음에 할례를 베푸신다"로 되어 있습니다.
저는 그동안 은연중에, 성도님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 제 목회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. 말씀을 잘 전하면, 제가 더 잘 먹이면, 성도님들의 마음이 결국 움직일 거라고요. 그런데 이 말씀 앞에서, 제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무게가 사실은 제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. 성도님들의 마음을 바꾸는 일, 아는 것에서 섬김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그건 제가 아무리 애써도 제 손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. 그건 처음부터 하나님의 일이었습니다.
이 사실이 저에게는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. 제가 할 일은 여전히 말씀을 먹이는 것이지만, 그 말씀이 마음에 뿌리내리고 열매 맺는 일은 제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것. 그래서 저는 이제 조급해하지 않고,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 사역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
그리고 성도님들께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. 혹시 스스로 "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안 움직일까, 왜 이렇게 신앙이 제자리걸음일까" 자책하고 계셨다면, 오늘 이 말씀이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. 여러분의 마음을 바꾸는 일도, 여러분의 몫이 아닙니다. 하나님이 이미 신명기 30장에서 약속하셨고,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 약속을 이루셨습니다. 우리가 할 일은 애써 마음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, 그 은혜 앞에 그저 나아가는 것입니다.
그러면 말씀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습니다. 30장 14절처럼, 그 말씀이 네게 매우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게 됩니다.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을 가까이, 하나님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는 것입니다.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릅니다. 우리의 신앙이 은혜이길, 그리고 그 은혜를 사모하는 신앙이길 소망합니다.
우리가 애써서 기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.

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고 다시는 목을 곧게 하지 말라
신명기 10:16